미키17, 봉준호 감독이 그려낸 우주 속 인간 복제와 정체성에 관한 우화

"세 번 째 가는 집이 있다"는 속담처럼, 봉준호 감독의 세 번째 영어 작품 '미키17'은 그의 작품 세계를 한층 더 넓혔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지난주 개봉한 이 작품을 관람한 후, 머릿속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는 여운을 느껴 이렇게 리뷰를 남깁니다.

 

 

기생충 이후, 더 넓어진 우주로

 

'기생충'으로 아카데미상 4관왕을 차지한 봉준호 감독의 신작은 에드워드 애쉬튼의 소설 '미키7'을 원작으로 합니다. 하지만 '원작의 옷을 입은 전혀 다른 영화'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정도로 봉 감독 특유의 색채로 재해석되었습니다. 1억 1800만 달러(약 157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이 작품은 규모면에서도 기존 그의 작품들을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개봉 첫 주 국내 예매율은 28.4%를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달성했고, 관람객 평점은 7.8점으로 안정적인 수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20-30대 관람객들 사이에서 "인생 SF 영화"라는 평가가 SNS에 확산되고 있어, 입소문을 타고 장기 흥행할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일석이조"의 연기, 로버트 패틴슨

로버트 패틴슨이 1인 2역으로 연기한 미키 17과 미키 18은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매력을 선사합니다. 같은 DNA, 같은 기억을 가졌지만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닌 두 인물을 연기하며, 패틴슨은 목소리부터 걸음걸이, 표정까지 미세한 차이를 구현해냅니다.

 

특히 미키 17의 순진하고 우직한 모습과 미키 18의 날카롭고 공격적인 성격을 오가는 연기가 인상적입니다. 패틴슨은 인터뷰에서 "두 캐릭터의 목소리를 만들기 위해 처음에는 '잭애스' 프로그램의 조니 녹스빌과 스티브-오의 목소리를 모방했다"고 밝혔는데, 봉 감독이 스티브-오 모방은 하지 말라고 조언했다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습니다.

 

축구와 영화, 두 세계를 사랑하는 봉준호의 서사

 

봉 감독님, 최근 '달수네'에 출연해서 축구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셨죠. 실제로 미키17의 서사 구조가 마치 축구 경기와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표를 향해 전진하지만 수많은 방해와 역경을 만나고, 끝내 동료와의 협력으로 승리하는 과정이 그렇습니다. 마치 승부차기에서 성공과 실패를 오가는 긴장감처럼, 미키의 죽음과 재생의 반복은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합니다.

 

 

타디그레이드를 닮은 크리퍼 생명체들이 집단으로 움직이는 모습은 마치 잘 짜인 팀플레이를 보는 듯했습니다. 감독님이 추구하는 서사적 완결성이 축구 경기의 흐름과 닮아있다는 점이 더욱 인상적이었습니다.

 

봉준호식 블랙코미디와 장르의 혼합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는 속담처럼, 봉준호 감독의 특징인 장르 혼합이 이번 작품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합니다. SF, 코미디, 휴머니즘, 공포, 모험이 뒤섞인 이 영화는 예측 불가능한 전개로 관객들을 사로잡습니다.

 

 

특히 니플하임 행성의 타디그레이드(물곰)를 닮은 크리퍼 생명체와 인간의 관계는 봉 감독 특유의 생태계 해석을 보여줍니다. '옥자'의 슈퍼피그처럼, 크리퍼 역시 단순한 괴물이 아닌 지적 생명체로 그려지며, 인간과의 공존 가능성을 탐색합니다.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의 로비 콜린 평론가는 "봉준호의 작품에서 자주 볼 수 있듯이, 장르를 오가는 태도가 관객들을 긴장시킨다. 영화는 슬랩스틱에서 부조리, 공포로 넘나들며, 종종 한 장면 안에서도 변화한다"며 5점 만점에 4점을 부여했습니다.

 

계급과 자본주의 비판, 그리고 정체성에 관한 질문

 

"누워서 떡 먹기"라는 말처럼 봉준호 감독은 SF 장르를 통해 익숙한 사회 비판을 펼칩니다. '익스펜더블'이라 불리는 소모품 노동자 미키는 자본주의 시스템 속 대체 가능한 노동력의 극단적 형태를 보여줍니다.

 

 

 

봉 감독님께서 인터뷰에서 "미키는 단순히 복제된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가치를 발견해가는 인물"이라고 설명하셨는데, 이 말이 영화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자신을 대체품으로만 여기는 시스템에 맞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가는 미키의 여정은 현대인의 정체성 고민과 맞닿아 있습니다.

 

 

팬에서 비평가로, 감독님께 드리는 편지

 

봉 감독님, '살인의 추억'을 고등학생 때 처음 본 이후로 당신의 모든 작품을 놓치지 않고 찾아보았습니다. '괴물'에서 '기생충'까지, 그리고 이제 '미키17'까지. 각 작품마다 한국적 정서를 잃지 않으면서도 보편적인 인간 이야기를 담아내는 능력은 정말 경이롭습니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보여준 복제인간을 통한 자아와 존재의 본질에 대한 질문은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관객에게 깊은 사색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이시라고 했는데, 마치 퍼거슨 감독처럼 각 캐릭터의 강점을 살려 하나의 앙상블로 만드는 능력이 놀랍습니다.

 

나의 감상: 사색을 자극하는 SF 명작

 

영화를 본 후,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다양한 주제와 장르적 요소들을 하나로 꿰어내며, 관객들에게 웃음과 감동, 그리고 깊은 사색거리를 동시에 선사합니다.

 

 

특히 "내가 나인가, 내 복제본도 나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오랫동안 머릿속을 맴돌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디지털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유효한 질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전체 러닝타임 137분 동안 지루할 틈 없이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지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전개는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심정으로 재관람을 고려하게 만듭니다.

 

기생충으로 정점을 찍은 봉준호 감독이 이번에는 우주를 배경으로 인간성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아냈습니다. 축구에서 영감을 얻은 팀워크의 중요성과 개인의 가치가 절묘하게 융합된 이 작품은, 3월 개봉작 중 가장 뜨거운 화제를 모으고 있는 미키17, 봄날의 영화관에서 만나보시길 강력 추천합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