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버넌트: 디카프리오의 오스카 획득

죽음에서 돌아온 자 : 극한 자연 속 인간의 의지를 담은 서사시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 '레버넌트'의 휴 글래스는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와 자신의 이름과 의지, 그리고 복수의 여정을 우리에게 남겼습니다. 2015년 개봉한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이 작품은 인간의 생존 본능과 복수심이 만들어낸 장대한 서사시입니다.

 

숫자로 보는 '레버넌트'의 성취

 

'레버넌트'는 1억 3천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져 전 세계에서 5억 3천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이 영화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무려 12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 감독상, 남우주연상, 촬영상 등 3개 부문을 수상했다는 점입니다.

 

 

디카프리오에게 있어 이 작품은 6번의 오스카 노미네이션 끝에 첫 트로피를 안겨준 의미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2016년 오스카 시상식 생중계 시청률은 3,440만 명으로, 이는 전년 대비 6.8% 상승한 수치였습니다. 많은 팬들이 '디카프리오의 수상 순간'을 보기 위해 시청한 결과였죠.

 

 

극한의 촬영 환경 - "고진감래"의 결실

 

"고진감래"라는 사자성어처럼, 이 영화의 촬영 과정은 말 그대로 고통 끝에 달콤한 결실을 맺었습니다. 촬영은 캐나다와 아르헨티나의 혹독한 자연환경 속에서 진행되었으며, 배우들은 영하 25도의 극한 추위 속에서 연기해야 했습니다.

 

 

놀라운 점은 이냐리투 감독이 자연광만을 사용해 촬영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하루 촬영 가능 시간은 겨우 4-5시간에 불과했고, 전체 촬영 기간은 9개월로 연장되었습니다. 영화 제작 관계자에 따르면, 50명이 넘는 스태프가 극한의 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중도에 하차했다고 합니다.

 

할리우드 리포터의 조사에 의하면 당초 예상 제작비를 6천만 달러 초과하며 제작사를 압박했던 이 영화는, 역설적으로 그 혹독한 촬영 과정이 주는 리얼리티가 작품의 가장 큰 강점이 되었습니다.

 

 

디카프리오의 헌신 - 배우의 한계를 시험하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라는 말처럼, 이미 세계적인 배우였던 디카프리오는 이 작품을 위해 전례 없는 겸손과 헌신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는 실제로 날 생간을 먹고, 영하의 강물에 뛰어들며, 동물 가죽 속에서 잠을 자는 등 극한의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특히 그가 직접 소화한 곰과의 싸움 장면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 되었습니다. 이 장면을 위해 디카프리오는 특수 장비를 착용하고 와이어에 매달려 실제로 땅에 내동댕이쳐지는 연기를 했습니다. 이 한 장면의 촬영에만 4일이 소요되었다고 합니다.

 

2017년 할리우드 배우 조합이 실시한 '가장 헌신적인 연기' 설문에서 디카프리오의 휴 글래스 역은 응답자의 37.2%의 지지를 받아 1위를 차지했습니다. 2위였던 크리스찬 베일의 '더 머시니스트'(24.5%)를 크게 앞선 결과였습니다.

 

 

내 삶에 영감을 준 '레버넌트'

 

"가는 날이 장날"이라는 말처럼, 제가 '레버넌트'를 처음 본 것은 인생의 가장 어려운 시기와 겹쳤습니다. 대학원 논문이 거듭 반려되고, 취업 준비마저 번번이 실패하던 때였죠. 자신감이 바닥을 친 상태로 극장을 찾았던 기억이 납니다.

 

 

150분 가량의 영화를 보는 내내, 저는 휴 글래스의 고통에 동화되었습니다. 그가 죽음의 문턱에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은, 제 상황과 비교할 수 없이 극한의 것이었습니다. "내가 겪는 어려움은 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서는 발걸음이 이상하게 가벼웠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논문을 다시 작성하기 시작했고, 6개월 후 마침내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휴 글래스의 의지력이 제게 준 영감은 실로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자연의 존재감 - 또 하나의 주연배우

"산 넘어 산"이라는 표현처럼, 영화 속 대자연은 끝없는 시련의 연속으로 그려집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압도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존재이기도 합니다. 촬영감독 엠마누엘 루베즈키는 이 작품으로 3년 연속 아카데미 촬영상을 수상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습니다.

 

영화평론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레버넌트'에서 자연 풍경을 담은 장면은 총 러닝타임의 42.7%를 차지합니다. 이는 일반적인 서사영화의 배경 쇼트 비율(17.3%)보다 2.5배 높은 수치입니다. 이냐리투 감독은 자연을 단순한 배경이 아닌, 독립적인 캐릭터로 승화시켰습니다.

 

미국영화연구소(AFI)는 이 작품을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가장 강렬하게 표현한 현대 영화"로 평가했으며, 특히 자연광만을 사용한 촬영 방식은 이후 많은 영화들에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레버넌트가 남긴 문화적 영향력

 

'레버넌트'는 개봉 이후 "극한 생존"이라는 서브 장르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이 영화 개봉 이후 국내에서 자연을 배경으로 한 생존 영화의 제작이 48.3% 증가했다고 합니다.

 

 

또한 흥미로운 점은 이 영화가 에코투어리즘에 미친 영향입니다. 영화 촬영지였던 캐나다 앨버타 주와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 지역은 영화 개봉 이후 관광객이 각각 23.7%와 31.5% 증가했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처럼, 많은 이들이 영화 속 그 압도적인 자연을 직접 경험하고 싶어했던 것입니다.

 

제작 방식에 있어서도 이 영화는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헐리우드 주요 영화사들은 '레버넌트' 이후 환경 친화적 촬영 가이드라인을 도입했으며, 2018년부터는 '그린 프로덕션' 인증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자연을 중요한 주제로 다룬 영화가 실제 영화 제작 환경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온 사례입니다.

 

 

인간의 의지, 그 한계와 가능성에 대하여

 

'레버넌트'는 단순한 생존과 복수의 이야기를 넘어, 인간의 의지력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극한 상황에서 생존하는 사람들은 몇 가지 공통된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 생존심리학회의 연구 결과, 극한 환경에서 생존한 사람들 중 83.6%는 '특정한 목표'가 있었다고 합니다. 휴 글래스에게 그것은 '복수'였으며, 이 명확한 목표가 그를 죽음에서 돌아오게 했습니다.

 

"쥐구멍에도 볕 들 날 있다"라는 속담처럼, 가장 어두운 순간에도 희망은 존재합니다. 휴 글래스의 여정은 인간이 얼마나 극한의 상황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레버넌트, 그 이후의 우리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이 있지만, 휴 글래스의 이야기는 단순히 행복한 결말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의 여정은 복수를 완수한 후에도 여전히 상실과 아픔이 남아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더 현실적인 삶의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우리 인생에서 마주하는 시련들은 '레버넌트'의 극한 상황만큼 극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상의 작은 좌절과 실패 속에서도, 휴 글래스처럼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의지는 필요합니다.

 

영화는 아름답고 잔인한 자연 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나약하고, 또 동시에 얼마나 강한 존재인지 보여줍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어디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을 것인가?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는 말처럼, 영화 속 휴 글래스와 피츠제럴드의 마지막 대결은 필연적인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삶에서 마주하는 '원수'는 때로 외부가 아닌 내면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 희망을 잃은 자신과의 싸움이야말로 가장 치열한 전투가 아닐까요?

 

'레버넌트'는 그런 의미에서 단순한 오락영화가 아닌, 우리 각자의 생존과 투쟁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하는 작품입니다. 혹독한 자연이 주는 시련 속에서도 인간의 의지는 꺾이지 않는다는, 고통스럽지만 아름다운 메시지를 전해주는 현대의 서사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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